스토리텔링을 활용한 인문치료: 기초 이론과 방법
3장 요약
인문치료과정 백성준
스토리텔링과 그 요소의 치유적 활용
현대에는 물질문명의 발달에 따라 다각화된 인간의 심리갈등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학문이 발달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연구들의 연장선에서 인문학적 치유활동을 통합한 인문치료 영역도 점차 성장하고 있다. 다양한 인문학의 세부영역과 일부 예술적 방법을 활용하는 인문치료는 통합적치유의 성격과 다매체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 스토리텔링은 이런 다양한 속성의 공통된 요소 중하나이기에, 새로운 방법의 연구가 추가되어 인문치료에 활용된다면 다양한 형태의 상담과 치료행위에 유용하게 활용될 것이다.
이야기를 치유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연구는 마이클 화이트와 데이비 앱스톤 등이 개척한 내러티브 치료와 그것을 받아들인 한국의 이야기치료·서사치료 등으로 그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 이야기의 개념도 서사‘시’에만 한정되었던 아리스토텔레스 서사개념에서 확장되어 롤랑바르트 이후 문학의 모든 영역을 지칭하기 시작했고 현대에는 개인의 전기와 뉴스까지 포괄하는 광범위한 영역에서 서사개념이 확대 사용되고 있다. 이렇게 확장된 내러티브의 개념은 스토리텔링의 치유적 활용의 기반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삶은 시공간 속에서 여러 사건을 만들며 경험하는 일종의 이야기다. 스토리텔링치료의 치유적 활용의 근거는 이런 이야기가 갖고 있는 여러 가지 특성들에서 찾을 수 있다. 인간은 이야기를 통해 세상과 소통할 수 있으며 세상의 많은 사건을 간접 경험할 수 있기 때문에 이야기에는 인간의 보존 본능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힘 있다. 또한 이야기는 자신의 경험에 맞추어 정보를 전달해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이야기는 내담자에게 적합한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스토리텔링을 활용한 치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담자로 하여금 대안적인 자기스토리를 만들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치료사는 스토리, 스토리표현방법, 스토리전달 매체, 스토리 표현물과 같은 스토리텔링의 핵심요소를 적절하게 재구성해야한다. 또한 스토리와 담화가 매체를 통해 담화로 변하는 과정을 포함하는 스토리텔링은 기술매체와의 결합을 상징하는 의미가 강하므로 스토리텔링치료에 있어서도 여러 가지 매체의 특성을 잘 활용하여 대안적 스토리를 구성해 내야 한다. 대안적 스토리를 만드는 방법은 생산적 방식과 수용적 방식으로 나뉘는데, 그 구분은 스토리텔링의 핵심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스토리를 만드는 것과 단지 수용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나뉜다.
스토리텔링의 궁극적인 치유적 활용 방법은 치료사와 내담자사이에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내담자의 문제적 스토리를 긍정적인 대안적 스토리로 바꾸어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것의 대표적인 예는 아랍권의 문학인 『천일야화』에서 잘 드러난다. 천일야화는 세계최고 수준의 이야기 숫자를 포함하고 있으며 그 주제 자체가 스토리텔링치료다. 천일야화는 계속 이어지는 이야기 틀에서 통일성을 유지하기 위해 액자소설 기법을 활용하여 전개되는데, 액자에 해당하는 이야기에 등장하는 왕 샤리야르는 스토리텔링치료의 내담자이고 왕비 샤라자드는 치료사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왕은 마음의 상처를 받고 잘못된 자기스토리를 갖게 되는데 왕비에 의해 이야기를 듣고 수동적으로 자기의 스토리를 바꿔나가게 된다. 이는 대안적 스토리를 통해 마음의 병을 치유한 한 예라 할 수 있다. 실제로 민중들은 치유를 위해 옛 이야기를 활용해왔으며 인문치료의 입장에서도 스토리텔링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내담자의 정신 건강의 현실을 건강하게 재구성하는 것에 유용할 것이다.